요즘 침대가 좁은 느낌이다. 하긴... 아무리 큰 침대를 쓴다고 해도 한 침대에 10명의 인형과 한 인간이 같이 자다 보면 비좁을 수밖에 없다. 도마우스는 고작해야 14cm밖에 안 되고 레나는 다른 방에서 잔다고 쳐도 이건 좀 너무한 숫자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따로 자자. 너희 방은 저기..."
말을 끝맺기도 전에 토끼가 뒷발로 바닥을 탕탕 친다.
"왜? 싫어, 싫어! 같이 잘래!"
"...옆방 ... 왜?"
도마우스는 졸린 눈을 비비며 느릿하게 말한다.
"하암...너무 해에... 항상 일한다고 우리랑...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도마우스, 너는 졸리면 그냥 좀 얌전히 자라."
엘런은 허리에 두 손을 척 올린다.
"맞아 주인, 우리 요즘 딱히 떠들지도 않고 얌전히 잘 자잖아."
"아니, 좁다고..."
곰돌이들까지 다른 인형에게 동조한다.
"주인은 우리보다 넓은 침대가 더 중요한가보닷! 너무하닷!"
"맞습니다! 침대쯤 포기하면 어떻습니까!"
"불편하..."
전입가경으로 까마귀까지 울기 시작한다.
"까아악!!! 주인이 이제 우릴 싫어한다!! 까아아아악!!!"
"그게 아니라."
얌전히 옆에 서 있던 레나는 주먹을 말아쥐고 입 앞에 두고 생각하더니 평소에 하지도 않던 소리를 한다.
"저는 왜 항상 다른 방입니까? 저도 같이 자고 싶습니다."
"레나 너마저..."
"그러면 안 된다메에에! 주인님이 곤란해하신다메에에!"
우리의 실랑이를 지켜보던 간호양이 인형들을 문밖으로 밀자 어어어 하면서 다 같이 복도로 밀려난다.
고맙긴 한데... 나까지 밀면 어떡해.
아무튼 실랑이 끝에 겨우 인형들을 준비해 둔 방안에 밀어 넣었다. 인형들은 좋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여름에 봉제인형과 함께 자는 건 상당히 덥기도 하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불을 끄려는 순간 문밖에서 톡톡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면 도마우스가 복도에 엎어져 있다.
"..."
탁,
"흐에에~! 에노쉬가 날 무시했어어..."
"..."
문을 다시 열었더니 이번엔 도마우스가 대자로 누워있다.
결국 한숨을 내쉬고 손위에 도마우스를 올리고 검지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평소엔 어디서나 잘 자면서 뭐가 그렇게 서러워?"
"낮엔 바쁘니까아...밤에느은 같이 자고 싶어..."
"..."
그래, 도마우스는 작으니까 괜찮겠지... 이제 정말 자자.
토다다닥! 탕! 탕!
문을 열자, 이번엔 시계토끼가 씩씩거리며 서 있다.
"에노쉬이이!! 나도 나도 같이 잘래!! 혼자 자기 싫어!"
"..."
나는 두 손으로 토끼를 들어 올려 무릎에 앉히고 앞발을 하나씩 잡는다.
"토끼 이제 몇 살이야."
"14살!"
"그럼 혼자 잘 수 있어? 없어?"
"없어!"
"왜..."
"에노쉬도 14살에 우리랑 같이 잤잖아!"
"... 애초에 혼자 자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애들도 있는데"
"시이일어억!!!"
"..."
애가 떼쓰는 걸 듣다가 해가 뜰 것 같다. 하나쯤은 더 있어도 괜찮겠지.
이젠 정말 자려고 방문을 닫으려는 순간 우다다다 소리와 함께 체셔가 달려오더니 내 무릎 위에 점프해 토끼를 밀어낸다.
"냐도 같이 잘거다냐!"
"아까 애들이 항의 할 때는 없더니... 왜..."
"갑자기 같이 자고 싶어졌다냐"
"... 앤 뭐가 문제지..."
"이익! 갑자기 인형을 밀면 어떡해! 아프잖아! 나쁜 체셔!"
"냐하학! 소리를 듣고 피하지 않은 토끼 탓이다냐!"
"제발 내 무릎 위에서 싸우지 좀 마라..."
모르겠다 이제. 진짜 자자... 하고 생각하는 순간 똑똑, 하고 단정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
"까마귀가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레나는 품에 까마귀를 안고 있었고 까마귀는...
"까아아아악!!! 주인이 인형을 차별한다!!! 까아앜 컥 콜록, 까아악!!"
가지가지 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까아아아악!!!!!!!!"
귓속이 울린다... 집 전체가 다 울릴 것도 같다. 자기네 방으로 들어갔던 인형들이 하나둘 나와서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한다. 이러다 정말 동이 틀 것 같다.
"정말 오늘까지만이야."
인형들이 헤헤 웃으면서 방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자리를 차지한다.
좁다... 인형도 분리불안이 있나.